한국역사연구원 소식지 4호

이태진 원장이 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추진한 ‘대한제국 양악대 창설 117주년 기념 제1회 탑골공원 대 음악축제’가 지난 2018년 9월 7일 탑골공원에서 개최되었다. ‘대 음악축제’의 개막식과 본 공연에는 이태진 원장과 함께 (재)석오문화재단의 윤동한 이사장도 참석하여 자리를 함께 하였다. 연구원은 ‘대 음악축제’ 개최를 기념하여 탑골공원에서 특별사진전을 열었다. 9월 7일(금)부터 10일(월)까지 4일 동안 진행된 특별사진전에는 <1부: 서울도시개조사업 “전차가 달리는 거리”> 20점, <2부: 탑골공원 탄생과 대한제국 양악대> 24점 등 총 44점의 사진을 전시하여 성황리에 마쳤다. 특별사진전에 전시되었던 사진들은 ‘(주)한국 콜마 여주아카데미’로 이전하였으며, 앞으로 이곳에서 다른 전시물들과 함께 순환 전시될 예정이다.

탑골공원 삼일문 앞, ‘대 음악축제’ 개막식 테이프 커팅에 윤동한 이사장(왼쪽에서 5번째)과 이태진 원장(왼쪽에서 6번째)이 나란히 참석하고 있다.
‘대 음악축제’ 행사장에 자리를 함께 한 윤동한 이사장(왼쪽)과 이태진 원장(가운데)
2부에 전시된

탑골공원 대 음악축제 포스터

특별 사진전 한글 브로셔 표지

2부에 전시된

전차를 타고 거리를 누빈 ‘이동 콘서트’ (2부 전시)

특별 사진전 영문 브로셔 표지

‘탑골공원 대 음악축제’ 취지문

역사와 음악이 만나는 대축제

1904년 2월 러일전쟁을 일으킨 일본은 무력으로 대한제국의 국권을 차례로 빼앗으면서 국제사회를 상대로 한국은 자력으로 근대화 할 능력이 없는 나라라고 선전하였다. 이런 악선전 속에 한국 근대를 이끈 군주 고종은 ‘바보군주’가 되었다. 잘못된 역사인식이 광복 후 7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에서도 바로 고쳐지지 않는 현실이다.

고종은 20대 청년 시절부터 자주 독립과 자력 근대화의 길을 찾던 군주였다. 그는 한 서양인 기독교 주교의 알현을 받는 자리에서 선교사들은 우리에게 신문명을 가르쳐 주는 선생이니 더 많은 선생님들을 보내달라고 요청하였다. 이렇게 해서 우리나라에 미션 스쿨이 많아졌는데도 이를 아는 사람이 드물다. ‘바보 군주’란 거짓 정보가 우리의 눈과 귀를 멀게 하였다. 청일전쟁 때 일본군이 서울을 장악하다시피 한 상황에서 왕비가 궁 안에서 살해당하는 참극이 발생하였다. 왕은 짐이 왕비의 몸을 궁 안에서 지키지 못하였으니 짐이 왕비를 저버렸다고 통탄하였다. 왕 자신의 신변조차 위협을 받아 새벽에 궁을 빠져 나와 러시아 공사관으로 향하였다. 거기서 1년 간 머물면서 일본 앞잡이정권을 와해시키고 조선을 대한제국으로 거듭나게 하는 준비를 시작하였다.

수도 서울을 현대도시로 만들기 위해 도로의 폭을 넓히고 전기 시설을 확대하여 전차를 달리게 하였다. 미국의 대통령궁(현 백악관)처럼 도심에 경운궁(현 덕수궁)을 새로 지어 이곳을 방사상 도로의 결절점으로 삼아 황성의 중심이 되게 하였다. 초대 주미공사관 팀이 나선 도시개조사업은 종로에서 사람이 가장 많이 왕래하는 탑골에 공원을 조성하였다. 1897년 10월 대한제국이 선포된 뒤 1901년에는 서울을 지키는 시위연대에 군악대를 창설하고 애국가도 새로 지었다. 군악대의 나팔소리가 새 궁전과 탑골공원에서 울려 퍼졌다. 애국가 연주는 국민의식을 드높이고, 서양 각국의 국가와 민요, 명곡들은 시민의 눈과 귀를 저 먼 서양으로 향하게 하였다. 대한제국 양악대 창설 117주년을 기념하는 ‘탑골공원 대 음악축제’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근대’를 되찾는 아름답고, 거룩한 행보이다.

우리의 자력 근대화의 능력을 담보하는 증거들은 그간 일제에 의해 유실 당하였다. 독일에서 구입한 최신의 구리 음향판 연주 무대 호라이전트(horizont)가 어디론지 사라지고 공원 자체가 아예 대한제국의 영국인 재정고문이 만들어 준 것이란 허위정보가 안내판을 장식하였다. 이 모든 잘못이 바로 잡아지는 기회로서 대축제의 의미가 더하기를 바란다.

지난해 늦가을 ‘뉴 코리아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송재용 단장이 찾아와 축제 행사를 제안하고, 올 봄에 자문위원회를 구성하였다. 역사, 음악 전공 여러분이 기꺼이 응하여 가벼운 발걸음으로 여기까지 왔다. 역사와 음악이 함께 하는 초유의 문화행사를 시민과 함께 하여 더욱 뜻깊다. 축제의 성공을 기원해 마지않는다.

자문위원회 위원장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 전 국사편찬위원장)

1) 설치 배경

󰡔조선왕조실록󰡕은 그 기록의 진실성과 풍부함으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세계인에게 중요한 기록유산이다. 특히 이태진 원장이 실록의 자연재해 기록과 이미 수집한 16~17세기 천재지변에 관한 독일의 그림 자료를 비교 분석하여 동 시기 지구적 규모의 ‘소빙기 현상’을 입증한 것은 이런 실록의 자료적 가치를 잘 보여준다.
이태진 원장은 2018년 9월 21일 서울대 규장각에서, UAI(국제학술원연합) 이사회에 참석한 세계 석학들에게 이런 󰡔실록󰡕의 세계적 가치, 이태진 원장의 그간의 연구 성과, ‘실록학’의 필요성, ‘실록 인스티튜트’ 구상 등을 「AMAZING SILLOK-UNEXPECTED TREASURE」라는 제목으로 발표하여 큰 호응을 얻었다.
2019년부터 본격 준비에 착수할 ‘실록 인스티튜트’는 국제어인 영어를 매개로 하여 연구, 번역, 출판, 교육, 멀티미디어 콘텐츠 제작 등 실록과 관련된 다양한 학술‧창작 활동을 활발히 전개함으로써, 실록의 광대한 잠재적 가치를 세계에 널리 알릴 목적으로 기획되었다.


UAI 이사회 기간에 발표한 「AMAZING SILLOK – UNEXPECTED TREASURE」 발표용 브로셔의 표지

2) 설치 취지 및 목적

󰡔조선왕조실록󰡕은 1392년부터 1863년까지 조선 왕실을 중심으로 일어난 일을 날짜별로 정리해서 당대에 편찬한 국가 기록물이다. 실록은 정치, 경제, 사법, 행정, 군사, 외교 등은 물론, 사회, 문화, 학술, 예술, 종교, 풍속, 과학, 기술에 이르는 조선 시대 거의 모든 분야에 관한 정보를 풍부하게 담고 있다.

실록 인스티튜트는 이러한 기록이 현재에도 유의미하며, 오히려 오늘날 더욱 가치가 크다는 인식 아래 기획되었다. 조선시대 내내 지속된 실록의 기밀성 유지 정책으로 인해 실록이 편찬된 472년 동안 실록을 읽어본 사람은 거의 없으며, 실록의 봉인이 풀린 것은 불과 백년 남짓한 일이고, 일반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형태로 공개된 것도 우리 세대에 이르러서야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실록은 미래를 위해서 기록되었고, 바로 우리 세대가 그 미래라고 할 수 있다.

실록의 가치는 실록 기록의 진실성과 풍부함에 있다. 예를 들어, 유교에서는 천재지변을 군주의 실정에 대한 하늘의 경고라고 보았기 때문에, 실록 전체에 걸쳐서 천재지변에 대한 25,000 건이 넘는 기록이 상세하고 충실하게 수록되어 있다. 반면에, 이웃 중국의 경우에는 천재지변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것은 전임 황제의 실정을 자인하는 것으로 간주되어 후대에 대부분 삭제되었기 때문에 자연 현상에 대한 기록이 별로 남아있지 않다.

역사적 진실성을 유지하려는 조선의 주목할 만한 노력은 오늘날 비로소 그 진가를 발하고 있다.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의 연구로 알려지기 시작한 조선시대 “소빙기” (little ice age)가 동시대 유럽의 특이한 자연 현상과 놀라운 유사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 또한, 실록에 가감 없이 기록된 수많은 자연현상에 대한 기록 없이는 알 길이 없었다는 점에서도 이러한 실록의 독자적 가치는 빛을 발한다.

빅 데이터 전성시대를 맞이하여, 디지털 인문학 시대에 최적화된 연구자료를 담고 있는 실록을 단지 한국인들에게만 의미 있는 기록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세계인에게 가치 있는 기록으로 보고 이를 해외에 널리 소개하는 것 또한 우리 세대에 주어진 과제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우리가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과 규모의 기록문화유산의 진면목이 세계에 널리 알려져서 인정받게 되면, 국가 신인도 신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실록 인스티튜트는 이 시대의 국제어인 영어를 매개로 하여 연구, 번역, 출판, 교육, 멀티미디어 콘텐츠 제작 등 실록과 관련된 다양한 학술∙창작 활동을 활발히 전개함으로써, 아직 알려지지 않은 실록의 광대한 잠재적 가치를 세계에 널리 알리고자 한다.

3) 참여자 (잠정)

◦ 이태진 (한국역사연구원 ; 원장)
◦ 차학선 (예손 ; 연구‧번역가)
◦ 임성연 (예손 ; 웹‧편집 디자이너)
◦ Daniel C. Kane (Pacific Affairs, 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Canada ; Editorial Assistant)
◦ Kenneth R. Robinson (National Institute for Fusion Science, Japan ; Senior Specialist)
◦ 오정섭 (한국역사연구원 ;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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