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 지구 돌입과 인류 역사 (나의 ‘소빙기’ 대재난 연구 보고서) – 이태진



1) 연구의 계기 I – 조선 중기 ‘혼란’의 역사와 구미 학계 ‘17세기 총체적 위기’ 학설


 

내가 대학을 다니던 시기(1961~65)에 한국은 유교 때문에 망했다는 인식이 일반화되어 있었다. 어느 강의실에서나 들을 수 있는 소리였다. 유교 국가였던 조선 500년의 역사를 버려야 하는가? 나의 큰 의문이었다. 역사에서 어느 사상이든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다. 나의 한국사 탐구는 조선왕조 초기 곧 15세기 유교(성리학)의 순기능을 살피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조선 왕조시대 유교는 탁상공론에 불과한 비생산적 사상이었다고 하는데 과연 그런지를 확인하기 위해 사회사적 관점에서 조선 시대 유교의 기능을 살펴보았다. 고려말에 들어온 유교(성리학)는 민생을 개선하기 위해 농업기술과 의술 개발에 많은 성과를 거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농업에서 연작(連作) 상경의 집약 농업기술이 보급되고, 토산 약제 의술의 개발로 소아 사망률이 내려가 인구 증가 요인이 생성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구 증가는 자연 가호 당의 가족 농업노동 단위의 생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매우 중요하다. 나의 연구는 이런 관점에서 세종대왕이 『농사직설』과 『향약집성방』을 편찬, 보급한 것이 그의 ‘성대(盛代)’의 토대가 되고 ‘성군(聖君)’이란 칭송의 토대가 된 것을 알 수 있었다.

문제는 16~17세기였다. 이 시기가 되면 지배 신분층인 사족, 사대부들이 하루가 멀다고 서로 비난하는 정쟁의 시대로 바뀐다. 사화, 당쟁이 그치지 않는 가운데 민생이 피폐하고 왜란, 호란의 외침 앞에 나라가 무너지는 듯한 역사가 펼쳐졌다. 왜란 때는 왕이 국경 근처까지 피난하고, 호란 때는 왕이 산성에서 내려와 적장 앞에 무릎을 꿇는 치욕을 역사에 남겼다. 20세기 초 일본은 대한제국의 국권을 빼앗으면서 이를 부각하여 ‘유교 망국론’을 퍼트렸다. 한국은 ‘문명국’ 일본의 보호를 받는 것이 타당하다는 논리 개발이었다. 나의 유교 순기능 탐구는 16~17세기 한국사에 대한 응답이 있어야 했다.

1980년대 후반 나는 서양 역사학계의 ‘17세기 총체적 위기론(General Crisis of Seventeenth Century)’에 접하였다. 17세기 유럽은 곳곳에서 반란과 전쟁이 일어나고 기근과 전염병이 만연하였다. 1950년대에 봉건제도(Feudalism)가 무너지는 소리라는 해석이 나왔다. 정설이 되는가 싶더니 1970년 후반 이를 깨는 새로운 학설이 나왔다. 동아시아를 비롯해 봉건제가 없었던 곳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났으니 봉건제 붕괴 소리는 아니라는 지적이었다. 봉건제도가 있었던 유럽뿐만 아니라 지구상의 대부분 지역에서 ‘위기’가 닥쳤다면 그것은 지구 환경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소리였다. 이 시기에 지구의 기온이 내려갔다는 천문학, 지리학의 이른바 소빙기(little ice age) 현상 연구 성과가 주목받았다. 지구의 기온이 내려가 실농, 폐농이 이어지는 속에 기근이 자주 들고 전염병이 만연한 가운데 폭동, 전쟁이 빈발하였다는 새로운 해석이 학계에 제시되었다. 나는 이 학설에 관심을 가지고 『조선왕조실록』을 통해 이를 확인해 보기로 하였다. 평소에 『실록』을 보면서 천재지변에 관한 기록이 많았던 기억으로 그 사실 여부를 확인해 보려고 하였다.

 

사진 1.

대표적 17세기 위기 학설 저서. 지오프리 파커, 레슬리 스미스 공편, 1978년 초판에 이어 1997년에 나온 재판. 저자는 서문에서 나의 연구 성과를 소개하였다. (pp. 7~8, 25) 뒤에서 소개하는 1995년 몬트리올 국제역사학대회에서 발표한 논문을 지오프리 파커 교수에게 보냈더니 대량의 유성 출현 낙하가 소빙기의 원인이라는 나의 분석 결과를 소개하였다.



2) 연구의 계기 II – 추위와 유성에 관한 『실록』 기록 해석을 도와준 우주 과학의 ‘외계 충격학설 (Theory of the Terrestrial Impact)’


 

17세기 초에 해당하는 『인조실록』을 펼쳐 보니 실제로 기온이 내려간 기록들이 많이 보였다. 음력 4월, 5월에 서리가 내리고 계곡물이 얼었다는 기록이 자주 등장하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유성(流星) 출현에 관한 기록이 사이사이 많이 보였다. 복숭아 크기의 유성이 몇 자나 되는 꼬리를 달고 어느 방향으로 사라졌다든가, 물동이만 한 유성이 굉음을 내면서 땅을 환하게 비치면서 어느 방향으로 날아갔다는 기록들이 보였다. 대낮에 태백성(금성)이 하늘 가운데 나타났다든가, 붉은 기운(赤氣), 흰 기운(白氣)이 하늘가 어느 방향에 나타났다가 사라졌다는 등 이상 현상에 관한 기록들이 수도 없이 꼬리를 물고 나타났다.

 

 

사진 2. 1997년 런던 자연사박물관.

1933년 3월 24일 새벽 5시 뉴멕시코 파사몬트 Pasamonte 상공에 나타난 유성 사진. Fireball of the Pasamonte meteorite. 1997년 런던 자연사박불관에서 각주 3의 책자를 사서 이 사진을 보고 실록 기록과 너무 흡사해 놀랐다. 이 사진을 보고 실록 기록 가운데 ‘복숭아만 한 유성이 몇 자나 되는 꼬리를 달고 어디에서 어디로 날아갔다’고 한 것과 너무 흡사해 놀랐다.

사진 3.

파사몬트 상공의 유성이 공중 폭발한 후 빛을 발하는 먼지 구름. The luminous dust cloud after the passage and fall of the Pasamonte meteorite, 24 March 1933. 실록에서는 이를 백기, 적기로 표현하였다.

 

 

하늘의 이상 현상에 관한 실록의 많은 기록에 접하여 천문학 문외한으로서 나는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교내 소규모 회의 자리에서 천체 물리학 전공의 소광섭 교수를 만나 이 기록들에 관한 얘기를 늘어놓았다. 그는 너무 재미있다고 하면서 『사이언스(Science)』 지에 실린 한 논문을 소개해 주었다. 1980년에 루이스 알바레스 연구팀이 발표한 중생대 말 백악기에 일어난 초대형 소행성 지구 충돌에 관한 실험적 연구 논문이었다. [주석 1. 참조]

이 연구팀은 이탈리아, 덴마크, 뉴질랜드 등지의 해안 단구(段丘) 백악기층 암벽에 광물질이 두텁게 가로로 끼어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리듐(iridium)이란 광물질이었다. 이 물질은 ‘우리의 행성(our planet)’ 지구에서는 중핵 방향 깊은 곳에 존재하는 것으로 지표에 보이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것으로 보고 몇 개의 가설을 세워 논증하였다. 그 가운데 외계 곧 우주에서 온 것일 추정으로 다음과 같은 검증 결과를 내놓았다. 단서는 이리듐의 두께였다. 기원전 6,500 만 년 전에 지름 십 킬로미터 정도 크기의 소행성(asteroid)이 지구 대기권으로 돌입하여 충돌하면서 남은 흔적으로 풀었다. 물리학, 지질학, 에너지 및 환경학 전공자들이 풀어낸 과학의 힘이었다. 연구팀은 충돌로 일어난 ‘격변’을 다음과 같이 풀었다.

 

 

사진 4.

crater debris. 루이스 알바레즈 팀 연구의 기본 자료가 된 덴마크 해안 단구의 크레터 층을 가리키고 있다. Walter Alvarez, T. Rex and the Crate of Doom, 1998, Book Depository

 

충돌과 동시에 엄청난 섬광과 열이 지구를 휩쌌다. 소행성을 구성하던 물질들이 충격파에 실려 지구를 몇 바퀴 돌면서 이리듐이 지층에 깔렸다. 중생대의 해양, 육지의 식물과 동물 70 퍼센트 이상이 이 대 이벤트로 사라졌다. 충돌로 발생한 엄청난 양의 먼지가 지구의 성층권을 채우고 지구 대기권은 뜨거운 온실이 되었다. 그 열기가 식으면서 엄청난 양의 비가 쏟아졌다. 대홍수(deluge)가 닥쳤다. 긴 시간이 흘러 온실 상태는 사라졌지만 엄청난 추위가 지구를 덮쳤다. 온실의 열기가 빗물로 바뀐 뒤에도 하늘에 솟아오른 먼지는 없어지지 않고 부유층을 이루어 태양의 열과 빛을 차단하여 추위가 닥쳤다. ‘우주 겨울(cosmic winter)’ 현상으로 이때까지 살아남은 식물, 동물이 있었다면 그것들도 다 얼어서 죽고 말았을 것으로 추정하였다. 중생대 지구의 주인이던 거대한 공룡도 살아남을 수 없었다. 연구팀은 이 대충돌로 지구의 역사가 중생대에서 신생대로 바뀌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백악기 소행성 지구 충돌설은 20세기 후반기의 과학계를 흔들었다. 일반 독서계에도 공룡 소멸설로 알려졌다. 태양계에 관한 정태적 연구 분위기가 이 충격설로 큰 충격으로 받았다. 특히 점진주의(gradualism)의 진화론자들은 이 외계 충격의 격변설(catastrophism)에 크게 반발하였다. 연구팀은 지름 십 킬로미터 크기의 소행성이 남겼을 크레이터의 크기를 지름 일백오십 킬로미터 크기로 추정하였다. 반대론은 이 정도의 초대형 크레이터가 지구 어디에도 확인된 적이 없다는 것을 주요한 반론 근거로 삼았다. 그런데 10년 뒤 1990년에 인공위성 사진 판독으로 멕시코 유카탄반도 해안과 해저에 그만한 크기의 크레이터가 존재하는 것이 확인되었다. ‘소행성 지구 충돌설’은 학계에 굳건히 자리잡아 ‘지구 근접물체(Near Earth Objects)’ 연구에 박차를 가하게 만들었다. 1992년 컬럼비아 대학교의 람피노(Michael Rampino) 교수를 중심으로 한 다른 한 연구팀이 2억 2천 500만 년 전에도 소행성 돌입의 대격변이 일어나 고생대가 중생대로 바뀌었다는 것을 입증하였다. [주석 2. 참조] 지구의 역사가 새로이 쓰여진 순간이었다.

나는 루이스 알바레스 팀의 논문을 읽고 크게 고무되었다. 『인조실록』을 펼치면서 가지게 된 의문을 풀어나갈 자신감을 얻었다. 수많은 유성의 출현과 추위 관련 기록의 동시 공존은 곧 중생대 말기 대 이벤트의 축소형으로 풀면 해결될 수 있다는 확신이 섰다. 『실록』에 보이는 유성은 천문관들이 작은 크기의 소행성, 그것들이 대기권에 돌입하면서 일으키는 각종 연관 현상을 본대로 기록한 것일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1997년 2월에 나는 유럽에서 생산된 ‘소빙기’ 관련 자료 수집을 위해 1개월간 여행을 떠났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시 언급하겠지만, 미국 하버드 대학교를 거쳐 영국 런던에 갔을 때 자연사 박물관(The Natural History Museum)을 찾았다. 초미의 관심사는 운석(meteorite) 전시실이었다. 이곳에서 나는 소행성(유성)의 잔해인 운석을 처음 보았다. 박물관 서점에서 나는 이 박물관에서 출판한 소행성에 관한 책자를 샀다. [주석 3. 참조] 60쪽 분량의 소책자가 주는 지식과 정보는 나 같은 인문학도에게는 너무나 소중하였다. 소행성(유성)이 지구 대기권에 들어오는 원리가 알기 쉽게 소개되어 있었다.

사진 5.

런던 자연사 박물관 발행 METEORITES 표지

사진 6-1.

소행성 벨트가 표시된 태양계 그림: Reed Wicarder, James S. Monroe HISTORICAL GEOLOGY, fifth edition, Tomson Brooks/Cole, 2001, p.7

사진 6-2.

소행성 벨트가 표시된 태양계 그림: Robin Scagell, DK Night Sky ATLAS, 2007, p.5

 

우주 과학이 발달하면서 태양계의 그림이 달라졌다. 요즈음 태양계 그림은 지구 근접물체에 관한 탐사 연구의 성과로 내가 중고등학교 다닐 때 교과서에 실렸던 것과 아주 달라져 있다. 그림 6-1, 2에서 보듯이 화성과 목성 사이에 돌이 가득 그려져 있고 이것을 가리켜 소행성 벨트(Asteroid Belt)라고 표시되어 있다. 우주 공간에 돌덩이가 이렇게 많을까 싶을 정도이다. 우주 과학자들은 지구나 화성과 같은 행성이 어떤 이유로 깨져서 흩어진 돌로 해석하여 ‘Missing planet’이란 단어가 설명을 대신하고 있다. ‘소행성 벨트’에 떠도는 대소의 돌덩이 수는 현재 우주 망원경으로 포착되는 것이 2억 개 정도라고 한다. 저 너머에 더 많은 돌이 있을 것이지만 현재의 기술로 포착되는 범위는 이 정도라고 하였다.

 

사진 7-1,2.

화성과 목성 사이의 3개 소행성(Pribram-체코, Lost City-미국, Innisfree-카나다)을 예로 들어 각기의 타원형 궤도가 지구의 원형 궤도가 만나는 원리 설명. 별표로 만나는 순간을 표시하였다. 런던 자연사 박물관 발행 METEORITES p. 14

 

그림 7은 소행성 벨트의 돌이 지구 대기권으로 들어오는 원리를 설명하는 것이다. 대소의 돌은 태양의 중력에 끌려 혜성처럼 타원형 궤도를 그리면서 회전하다가 지구의 원형 궤도와 만나면 지구 중력에 끌려 대기권으로 돌입한다. 지름 십 킬로미터 크기의 소행성이 고생대 말과 중생대 말에 이 원리에 따라 지구 대기권에 돌입하여 생태계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이런 크기의 소행성은 다행히 수가 적어 지구로 돌입할 확률이 수억 년 분의 1로 낮다. 반면에 작은 돌덩이는 수가 많아 떼를 지어 날아다니다가 연속적으로 대기권에 들어올 수 있다. 소행성 벨트의 초대형 돌덩이가 지구에 들어와 지구의 역사를 바꾸었듯이 작은 돌들이 장기간에 걸쳐 떼를 지어 지구에 들어오면 지구에 사는 생명체들이 모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지구 근접물체 연구 과학자들은 작은 규모 소행성은 떼를 지어 들어올 뿐만 아니라 우주먼지가 소행성 떼를 싸고 들어올 수도 있다고 한다.

 

 

사진 8-1.

태평양 바다 밑에서 건져 올린 0.2 밀리미터 크기 우주먼지. A cosmic spherule, 02 millimetres in diameter, found in clay dredged from the bottom of the Pacific Ocean. 런던 자연사 박물관 발행 METEORITES p.4

사진 8-2.

행성 간의 우주먼지, 20 마이크로 미터 (1 밀리 미터의 50분의 1) 혜성에서 왔을 가능성이 있는 여러 광물질 낱알들의 부서지기 쉬운 덩어리.Interplanetary dust particle, 20 micrometres (one fiftieth of a millimetre across. A friable aggregate of many mineral grains that may have come from a comet.) 위와 같은 책 p. 5

사진 8-3.

성층권에서 우주 먼지를 수집하는 NASA 운영의 비행기. 비행기가 고도 20키로미터 정도 올라갔을 때, 실리콘 구리스를 칠한 금속판들을 밖으로 뻗치어 낸다. 비행기가 일정한 시간 순항하면 우주 면지가 구리스에 붙는다. 비행기가 내려올 때 안으로 집어넣어 지구 먼지가 붙는 것을 피한다. Aircraft operated by NASA to collect dus in the stratosphere. Whe the aircraft climbs to about 20 kilometres altitude, panels covered in silicone grease are extended. The plane cruises for a time and dust sticks to the grease. On descending, the panels are retreated tp avoid contamination by terrestrial dust. 위와 같은 책 p.5



3) 연구의 계기 III – 실록 기록 정리 중에 만난 독일 전단 자료


 

나는 1980년대 후반에 처음 ‘소빙기’에 관해 관심을 가졌지만, 7, 8년이 지난 뒤 1990년 중반에 비로소 『실록』 자료를 뽑기 시작하였다. 1988년에 재직 대학교에서 보직을 맡아 일하면서 이 주제에 대해 시간을 내지 못하였다. 그 사이에 지리학, 천문학 쪽의 정보를 축적하였지만, 1992년 5월 임기를 마치면서 ‘소빙기’ 연구를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나는 15세기 유학의 순기능 연구와 관련하여 1989년부터 국제 역사인구학회(The International Committee on Historical Demography; Commission internationale de démographie historique) 모임에 몇 차례 참석하였다. 이 무렵 이 학회로부터 1995년 8월 제8회 국제역사학대회(The 18th International Congress of Historical Sciences)에서 “대규모의 죽음: 전염병, 기근, 그리고 전쟁 (The Great Killers: Epidemics, Famines, and War)”이란 주제로 분과회의를 연다는 통보가 날아왔다. ‘소빙기’ 연구를 발표할 절호의 기회였다.

나는 1994년 초부터 대학원 강의에서 ‘소빙기’ 연구를 주제로 하여 수강하는 대학원생들의 도움을 받아 『조선왕조실록』 자료 발췌 작업을 시작하였다. 태조에서 철종까지(1392~1863년) 471년간 ‘천재지변’ 관련 기록들을 발췌하여 25,670건의 기록을 얻었다. 이를 분석하는 작업에서 먼저 50년 단위로 기록 건수를 조사하여 표 1과 같은 결과를 얻었다. 제3기에서 제7기까지 곧 1500년부터 1750년 사이에 기록의 빈도가 매우 높게 나타났다. 서구 학계는 ‘소빙기’의 기간을 1600년대 80년 정도로 잡고 있었다. 이 표는 대자연재난이 1490년에 시작하여 1760년에 그친 것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이 결과는 1600년대의 종교개혁, 종교전쟁, 마녀사냥 등에 관한 서구 역사의 중요한 대목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예고하는 것이다. 표 2는 기록의 내용을 판독하여 현상별로 분류한 결과이다. 유성의 출현과 낙하에 따른 연관 현상이 무려 27개나 되었다. 그간에 습득한 우주 과학의 지식이 분류에 큰 도움이 되었다. 표 3은 유성출현 기록의 시기별 분포를 표시한 결과이다.

 

표 1. Total Number of Occurences for Each Period.

Yi Tae-Jin, Meteor Fallings and Other Natural Phenomena Between 1500-1750 as recorded in the annals of the choson dynasty (Korea), Celestial Mechanics and Dynamical Astronomy 69: 1998, p. 202
PeriodCorresponding YearTotal Number
Period 11392-14502117
Period 21451-15001420
Period 31501-15506109
Period 41551-16004785
Period 51601-16503300
Period 61651-17003563
Period 71701-17502716
Period 81751-1800936
Period 91801-1863724
Total25670

표 2. Table II. Periodic Distribution of Disastrous Natural Phenomena Recorded in the Choson Dynasty Annals, ibid, p. 205

PhenomenaP1P2P3P4P5P6P7P8P9Total
Meteors10369422387766740695239103431
Colored vapors4893333252116161311052
Strange sounds00442000010
Comets21*
(5)
198
(8)
221
(6)
102
(8)
37
(4)
102
(8)
84
(5)
75
(3)
374
(14)
1214
(61)
"Guest stars" or New stars0*
(0)
0
(0)
0
(0)
127
(3)
102
(1)
0
(0)
14
(3)
22
(2)
0
(0)
265
(9)
Abnormal sun601627239132096
Abnormal moon001106102020
Halo effect, sun424352166213782661212394414487
Halo effect, moon2716145557781161762701142
Venus in daytime252339118639782911413881162394887
Thunders, lightning264108547456209250282211432370
Hail17768578260223295262108352006
Frost10711145388412181171605
Unseasonal snow37370323511765180377
Heavy rain631381352221177187
Frightful rainstorms1491125934134894772633
Violent windstorm464612830421632232
Heavy snow277021440036
Colored snow, rain 148291881111090
Dust storms
(Micrometeorites)
001271900029
Daytime darkness00101424132054
Fog144204528091224810651
Earthquakes183784822871101851571351500
Tidal waves417514333873112
Water color changes1401011250033
Unusual low temperature8128311940064
Unusual high temperature241220152721187
Total211714206109478533003563271693672425670
*The first number is number of recorded observation. Inside parentheses is the number of actual comets or guest stars.
표 3. 유성 출현 기록의 빈도를 표시한 것으로 1490~1760년에 집중되어 소빙기의 재난의 근본 원인이 유성 낙하라는 것으로 그대로 보여준다.

 

1995년 8월 국제학술회의가 열리는 몬트리올로 가는 길에 캐나다 수도 오타와의 국립과학기술박물관(National Museum of Science & Technology)을 방문하였다. 이 박물관의 오로라 전시실에서 나는 나의 연구에 큰 도움을 주는 전시물을 만났다. 그림 2점(사진 9-1, 9-2)이 벽에 걸려 있었다. 캐나다는 오로라를 볼 수 있는 나라이다. 그래서 오로라 관련 자료로 이 그림들을 전시실 벽에 걸어놓았다. 그런데 내 눈에는 오로라가 아니라 유성(소행성)이 공중에서 폭발하는 광경, 그리고 유성 테가 하늘에 연출한 연관 현상의 하나로 보였다. 이미 『실록』 기록을 발췌하여 정리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판단을 쉽게 가질 수 있었다. 특히 그림 2의 하늘에 촛불을 켜놓은 것 같은 형상은 중종 14년 6월에 경주부윤 김안로가 올린 상소문에서 읽은 이상 현상의 내용과 거의 흡사하였다.

 

사진 9-1.

1591년 10월 5일, 뉘른베르크 상공에서 벌어진 광경을 그림으로 그리고 이런 이런 신분이 높은 사람들도 보았다고 하여 증거력을 표시했다.

사진 9-2.

1570년 1월 12일 밤에 4시간 동안 독일 Kuttenberg 상공에서 벌어진 광경의 한 장면을 그린 것이다. 흰 구름 위에 수많은 별을 그리고 검은 구름 위에 수많은 촛불을 그렸다.

 

나는 귀국 후 이 박물관 큐레이터에게 편지를 내서 그림의 출처를 물었다. 미국의 저명한 지리학자 로버트 에더(Robert H. Eather)의 저서 Majestic Lights –The Aurora in Science, History and the Arts- (1980)에서 뽑은 것이라고 답이 왔다. [주석 4. 참조] 미국 하버드대학교 한국연구소에 근무하는 마일란 헤즈마넥(Milan G. Hejtmanek, 2008년부터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 박사에게 연락하여 이 책의 복사물을 입수하였다. 위 두 그림은 16~17세기 독일에서 생산된 전단(flugblatt) 자료라는 것을 곧 알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지리학자로서 오로라를 연구하면서 독일 그림 자료에 그려진 광경을 오로라로 판단하였다. 이 책이 나온 시점 1980년은 바로 루이스 알바레스 팀이 외계 충격설을 처음 발표한 해이다. 저자는 지리학자로서 외계 충격 현상을 알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저자의 이런 오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참고문헌(bibliography)에 독일 ‘전단’ 자료를 수장한 구미의 주요 연구기관 또는 박물관을 소개해 놓고 있었다. 나에게는 매우 유익한 정보였다.

몬트리올 학술회의에서 나의 발표는 각국에서 온 참가자들로부터 매우 좋은 반응을 받았다. 무엇보다 근 500년에 걸친 왕정 기록으로서 『실록』의 존재가 매우 큰 관심을 끌었다. 뿌듯한 성취감을 가지고 귀국하였다.

 

 



4) 연구의 계기 III – 독일 전단 (flugblatt) 자료 조사 여행


 

대학교수 생활에서 제일 반갑고 기다려지는 것은 안식년이다. 1996년 3월에 안식년이 찾아왔다. 몬트리올 대회에서 발표한 논문의 한국어 원본을 학회지에 발표하였다. 그리고 이 연구의 중요성을 한국 역사학계에 알리는 글도 함께 발표하였다. [주석 5. 참조]나는 이때 많은 시간을 ‘소빙기’ 연구에 할애하였다. 특히 위 로버트 에더 박사의 책에 담긴 정보에 근거하여 독일 자료 공부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 『실록』 자료의 신뢰성은 누구도 쉽게 부정할 수 없지만 이를 대조 확인(cross check)해 주는 다른 나라의 자료가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이웃 일본은 문서의 나라라고 할 수 있지만, 중앙 집권 정부의 부재로 『실록』과 같은 왕정 기록이 나올 수 없었다. 중국은 ‘소빙기’ 현상의 영향으로 왕조가 바뀌는 혼란 속에 충실한 기록이 남을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의 그림 자료는 나에게 큰 기대감을 안겨 주었다.

1997년 안식년 1개월을 남겨 놓고, 2월 2월 1일부터 21일까지 독일 전단 자료 수집 여행길에 올랐다. 하버드대학교 후톤 도서관(Houghton Library) 보스턴 공립도서관(Boston Public Library)을 거쳐 대서양을 건너 옥스퍼드 대학교 보드레이안 (Bodleian) 도서관, 라디카리프 칼리지 도서관(Radcaliff College Library), 케임브리지 대학교 중앙도서관(University Library), 지구과학과(Department of Earth Science) 자료실, 런던 소재 영국자연사 박물관(British Natural Museum), 독일 뉘른베르크 독일민족박물관(Germanische National Museum) 등지를 차례로 다녀왔다. 마일란 헤즈마넥 (하바드), 제임스 루이스(James Lewis, 옥스퍼드), 김종일 (캠브리지, 현 서울대 고고학과 교수) 등 현지 지인들의 도움이 컸다. 뉴런버그 독일민족박물관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

뉘른베르크 독일민족박물관은 로버트 에더 교수의 저서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는 단계에서 이미 중요시되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이 박물관에 이메일을 보냈다. 내가 보고 싶은 자료를 전했더니 담당 큐레이터(Reiner Schoch)가 팩스로 “전단 자료는 비교적 큰 규모의 그림 자료 그룹에 속해 있다.”고 친절한 회답을 보내주었다. [주석 6. 참조] 철학과 김남두 교수의 추천으로 출발 전 뉘른베르크 근처에 소재한 에어랑엔-뉘른베르크 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이에게도 도움을 미리 청하였다. 도착한 날이 일요일이어서 하루 쉬고 월요일(2월 17일) 아침 일찍 그와 함께 박물관을 찾았다. 큐레이터의 안내로 열람실에 들어갔더니 큰 테이블에 자료 파일이 그득히 놓여 있었다. 100점이 넘는 분량이었다. 이렇게 많은 자료가 기다리고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하였다. 나는 자료들을 보면서 115점을 골라 복사(CD) 신청을 하였다. 자료가 서울에 도착하여 자세히 관찰한 결과, 91점이 ‘소빙기’ 현상을 담은 것으로 판정되었다.

귀국 후 자료의 내용 분석에는 독일 괴팅겐 대학교 소속의 요하네스 렉켈(Johannes Reckel) 박사의 도움이 컸다. 그는 여진족 연구자로서 이때 자료 수집을 위해 서울대학교에 와 있었다. 그에게 독일어 고체(古體)로 기록된 전단 자료들을 보였더니 쉽게 읽을 수 있다고 답했다. 바로 영어로 번역해 줄 수 있다고 하여 너무 반가웠다. 번역이 완료된 뒤 자료들이 생산된 시기부터 조사해 보았더니 표 3에서 보듯이 『실록』으로 파악한 ‘소빙기’ 기간과 완전히 일치하였다. 나를 크게 고무시키는 결과였다.

표 4.

독일 전단 자료(flugblatt) 제작 시기 일람표



5) 연구의 계기 IV – 서구 천문학자들이 흥미롭게 경청한 『실록』 기록 연구 결과


 

1995년 8월 몬트리올 국제 역사학대회에서 제출한 내 연구 결과가 좋은 반응을 받은 것은 고무적이었다. 그러나 나는 천문학 특히 지구 근접물체 전공자들의 의견을 듣고 싶었다. 그 기회가 뜻밖에 쉽게 찾아왔다. 나는 1997년 봄 한국 공동연구포럼 제1분과 회의 참석을 위해 일본 도쿄로 갔다. 며칠 체류하는 중 호텔 근처 서점에서 『우주로부터의 위기(宇宙からの危機)』란 책을 샀다. 저자는 교토대학교 공과대학의 야부시타 신(藪下信) 교수였다. 천체 물리학자로서 루이스 알바레스 팀 연구 이후의 외계 물체 지구 돌입이 가져올 ‘위기’를 다룬 내용이었다. 나는 서울로 돌아와 몬트리올 회의에 제출했던 영어번역 논문을 그에게 보냈다. 며칠 후 답이 왔다. 8월 중순에 교토 근처 히코네(彦根) 시에서 구미 학자들이 다수 참석하는 소행성에 관한 국제학술회의에 오겠느냐는 편지였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던가? 나는 기꺼이 참석 회답을 보냈다.

1997년 8월 하순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리는 국제천문학대회를 앞두고 ‘지구 근접물체’ 분야 전문가들의 학술회의로 히코네에서 다음과 같은 주제로 5일간 학술회의 개최가 기획되었다. “Dynamics of Comets and Asteroids and Their Role in the Earth History.” 벨기에 나무르(Namur) 대학교 작크 앙라흐드(Jacques Henrard) 교수, 라파예트 대학교의 마티스(J. J. Matese) 교수, 뉴욕대학교의 람피노(M. R. Rampino) 교수, 애들레이드(Adelaide) 대학교의 스틸(D. Steel) 교수, 그리고 교토 대학교의 야부시타 신 교수 등 5인이 주관 위원회 위원들이었다. [주석 7. 참조] 회의 장소는 히코네 시 근교 ‘다이닉 아스트로 팍 덴쿠칸(天球館)’이었다. 혜성,소행성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한 지질학, 고생물학 분야의 발표도 있었다.

 

사진 10.

히코네 덴큐칸 회의의 1차 통지문. 초청 연사와 조직 위원회 위원 명단에 오른 인문들은 대부분 우주 과학계에 유명한 학자들이다.

 

내 발표는 둘째 날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몬트리올 국제역사학 대회에 제출했던 원고를 더 다듬고 뉴런버그 박물관에서 수집한 독일 그림 자료 몇을 보여주면서 성의껏 발표하였다. 끝나자 바로 점심시간이었다. 발표에 대해 특별한 반응이 없었다. 기분이 개운하지 않은 가운데 도시락을 받아 각자 앉은 자리에서 점심을 먹었다. 내 영어가 신통치 않아서 잘 알아듣지 못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가 끝난 뒤, 한 사람이 내 자리로 다가왔다. 북아일랜드에 있는 아르마 천문대(Armagh Observatory)의 책임자로 일하고 있는 마크 베일리(Mark Bailey)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내 발표가 매우 흥미로웠다고 소감을 전해 주었다. 너무 반가웠다. 손에 들고 온 것을 내게 주면서 지난 7월에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핏츠 윌리엄(Fitzwilliam) 대학에서 열린 학술회의에 관해 자신이 작성한 마무리 보고서 원고라고 하였다. 학술회의의 주제가 내 시선을 끌었다. “청동기문화 시대의 대자연재난(Natural Catastrophes During Bronze Age Civilization)”, 우주 문제가 아니라 인류 역사 상고시대 자연 재난에 관한 것이 아닌가? 마크 베일리 박사는 바로 한 달 전에 ‘학제간학회 (Society for Interdisciplinary Studies)’가 상고시대 외계충격이 인류 역사에 끼친 영향을 다루었는데, 오늘 내가 16~18세기 전반기의 역사를 외계충격 현상과 관련하여 발표를 해주어 너무 인상적이었다고 거듭 말하였다. 나는 ‘학제간학회’를 전혀 알지 못하였는데 그의 소개로 이후 자세한 것을 알게 되었다. [주석 8. 참조] 이 학회는 1975년에 임마뉴엘 벨리코프스키(Immanuel Velikovsky)가 외계충격 현상과 지구, 인류의 역사 연구를 위해 런던에 본부를 두고 천문학을 비롯해 지질학, 고생물학, 고고학, 신화학, 종교학 등 여러 관련 분야 학자들을 규합하여 만든 것으로 외계충격 현상과 인류 역사와의 관계 연구로는 현재 가장 선구적이다.

나는 마크 베일리 박사에게 꼭 하고 싶은 질문을 던졌다. 나의 ‘연관 현상’ 분류가 과학적 견지에서 어떤지를 물었다. 그의 답 또한 의외였다. 켐브리지 대회에 발표된 다수의 논문이 그렇듯이 과학자들은 지상에 남겨진 흔적이나 물질을 분석하여 어떤 원초의 상황을 확인해 내는 작업을 수행하는 반면에 나는 당대 사람들이 실제로 관찰하고 체험한 것을 적은 기록을 분석, 종합한 것이니, 그것이야말로 과학자들이 찾아내고자 하는 세계, 대상이니 더 바랄 것이 없지 않으냐고 반문하였다. 내 발표에서 제시한 ‘연관 현상’ 정리에 대해 이상을 느낀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고 답해주었다. 너무나 고무적인 답변이었다.

회의가 끝나는 날 복도에서 이 회의 주관자의 한 사람인 작크 앙라흐드 교수가 나를 불러 세웠다. 내 논문을 저널 『천체역학과 역동 천문학』에 싣겠으니 바로 원고를 보내달라고 요청하였다. 그는 『천체역학과 역동 천문학 (Celestial Mechanics and Dynamical Astronomy)』의 책임 편집인 자격으로 이 학술회의의 기획위원 중의 한 사람이 되었다. 한국의 역사학 논문이 국제적 명성이 있는 천문학 잡지에 채택되어 실리게 되는 순간이다.  [주석 9. 참조]『조선왕조실록』 기록의 우수성을 세계 과학계에 알리는 순간이기도 하여 자랑스러웠다.

“Celestrial Mechanixs and Dynamical Astronomy”

 



6) 에필로그


 

1997년 히코네 학술회의에서 마크 베일리 박사가 나에게 알려준 SIS 제2차 케임브리지 격년 대회발표 논문들은 이듬해 1998년에 옥스퍼드 대학교 출판부에서 같은 이름으로 단행본으로 출판되었다. [주석 10. 참조] 마크 베일리, 베니 파이저(Benny J. Peiser, Trever Palmer 3인의 이름으로 서문(Introduction)이 붙여지고 18편의 논문들이 하나로 묶어져 ‘청동기시대’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새로운 연구 방향이 제시되었다. 인류 역사의 초반을 외계충격 현상 관점에서 본 연구들이기 때문에 나의 ‘소빙기’ 연구와 맥락을 같이 하는 것으로 나에게는 매우 고무적이었다.

이 책은 기원전 3000년에서 기원전 600년 사이에 소행성 지구 돌입 현상의 실제를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중동 지역의 많은 크레이터를 분석하고 호수에 가라앉아 있는 목재를 분석하고 사하라 사막의 모래에 남겨진 탄화물질을 분석하여 소행성이 장기에 걸쳐 지구 대기권에 들어와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고 이로써 인류의 생활과 생각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연구들이 실증적으로 제시되었다. 그 가운데 아프리카의 사하라 사막에 관한 연구가 매우 충격적이었다. 이 지역은 본래 관목이 자라던 지역으로 신석기 문화(Ténéré 문화)가 발달하고 있었는데 상당한 규모의 소행성의 공중 폭발로 사막으로 바뀌었다는 것이 논증되었다. 사막의 북부 가장자리에 남아 있는 탄화물질을 탄소 동위원소 측정법으로 측정하여 사막화의 시점이 기원전 2200년 전후로 밝혀졌다.

 

사진 11.

사막화 과정에 잔해로 남은 Ténéré 문화 암각화. ‘사막 화랑(Desert gallery)’의 관광 자원으로 활용 중이다.

 

 

소행성이 지구 대기권에 돌입할 때는 굉음과 섬광을 동반한다. 크기가 큰 것일수록 사람들이 가지는 공포심은 컸다. 기원전 3000년 이전의 신석기 시대 원시인들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수평 방향에 있는 큰 나무나 큰 바위에 정령이 깃들어 있다고 믿고 숭배의 대상으로 삼았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청동기’ 시대 사람들은 하늘 방향으로 신앙의 시선이 바뀐 것으로 알려져 왔다. 『청동기문화 시대의 대격변』은 그 이유를 처음 밝힌 연구 성과였다. 한 신화학자는 이렇게 설명하였다. 엄청난 굉음, 섬광으로 사람들은 겁에 질려 하늘 방향에 우리를 모두 죽이려는 무서운 존재 곧 마(魔)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고, 그 노여움을 풀기 위해 사람을 희생으로 바치는 행위가 오랫동안 계속되는 곳이 많았다고 한다. 사람 희생(blood sacrifice)은 나중에 대부분 짐승으로 바뀌었지만 모두 그 유제로 풀이된다. 세계 각 지역의 현존하는 신화에서 원초의 ‘마’의 존재는 가장 위력이 강한 신으로 남아 있다. 그 최강의 무서운 신은 기원전 600년 전후에 외계 충격 현상이 사라지면서 시혜(施惠)의 신으로 바뀌는 과정도 상정이 되었다.

‘학제간 학회(SIS)’의 청동기 문화시대에 관한 연구는 나에게 큰 자극이 되었다. 나의 ‘소빙기’ 연구의 결과의 위치가 명료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지구와 인류의 역사가 하나의 선상에 배열될 수 있는 것 아닌가. 태양계의 메커니즘으로서 소행성 지구 돌입은 지구의 역사를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로 이어지게 하였을뿐더러 기원전 3000~600년에는 인류의 역사를 하늘 방향에 대한 공포심으로 신화와 종교가 등장하였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나의 ‘소빙기’ 연구는 그 연장 선상에서 1490~1760년간에 또 한차례 외계 충격의 역사가 있었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나는 ‘청동기시대’ 곧 기원전 3000년부터의 외계 충격학설에 접하여 울산 천전리 암각화의 기하학적인 그림도 바로 이 시기에 하늘에서 벌어진 이상 현상을 여기에 살던 사람들이 바위에 그린 것으로 풀이하여 동참 의식을 표하였다. [주석 11. 참조]

나는 외계 충격은 태양계 메커니즘이므로 규모는 작더라도 더 있을 수 있다는 가정으로 다음과 같은 작업을 시도하였다. 『실록』을 통한 ‘소빙기’ 현상 연구에서 얻은 유성 낙하에 따른 연관 현상들을 앞 시대의 『삼국사기』와 『고려사』에 적용하여 보았다. 그 결과, 기원후 660~880년, 1100~1230년, 1340~1420년 세 시기가 또다른 외계 충격 현상기로 잡혔다. 모두 조선시대 ‘소빙기’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200년, 130년, 80년의 장기성을 보였다. 각 기간에 정변, 외침으로 동요가 컸던 것도 공통적으로 확인되었다. 나는 이 단계에서 이전에 출판사와 약속한 한국통사 서술에 외계 충격기를 반영하기로 하여 2012년에 『새 한국사-선사시대에서 조선 후기까지-』(까치 글방)를 세상에 내놓았다. 이 무렵 나는 기회 있을 때마다 외계충격 현상과 인류사의 관계에 관한 발표를 수행하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조선왕조실록』 발췌 기록과 독일 전단 그림 자료를 한 자리에 모아 영어본으로 국제학계에 내놓은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이를 실현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자 한다.

 

 

표 4. 외계충격 현상 연표


주석

  1. Luis W. Alvarez, Walter Alvarez, Frank Asaro, Helen V. Michel, “Extra-terrestrial Cause for the Cretaceous-Tertiary Extinction: Experimental results and theoretical interpretation” (Science vol. 208-4448, June 1980)”
  2. Luann Becker, Robert J. Poreda, Andrew G. Hunt, Theodore E. Bunch, Michael Rampino, “Impact Event at the Permian-Triassic Boundary: Evidence from Extraterrestrial Noble Gases in Fullerences,” Science, Vol. 291 February 2001.
  3. METEORITES -The Key to Our Existence-, Robert Hutchinson & Andrew Graham, Department of Mineralogy
  4. Published by the American Geophysical Union as part of the Special Publications Series 18.
  5. 「소빙기(1500-1750)의 천체현상적 원인 -‘조선왕조실록’의 관련 기록 분석-」 , 『국사관논총』 72호, 1996, 국사편찬위원회. 「소빙기 천변재이 연구와 조선왕조실록 –global history의 한 章-」 『역사학보』 149호, 1996.
  6. “The broadsheet belongs a larger group of representation of heavenly appearances in early records of natural science as well as documents of superstition.”
  7. 아래와 같은 ‘초청 연사(Invited Speakers)’들이 이 분야의 쟁쟁한 연구자들인 것은 나중에 알았다. S.V.M. Clube(Oxford), W. Napier (Armagh), M.E.Bailey(Armagh), C. Froeschlé(Nice), V.Zappala(Torino), R.Dvorak(Wien), M.Valtonen(Turku), H.Rickman(Uppsala), J. Fernandez(Montevdeo) and J.J. Septkoski(Chicago).
  8. https://www.sis-group.org.uk/
  9. Yi Tae-Jin, Meteor Fallings and Other Natural Phenomena Between 1500-1750 as recorded in the annals of the chosen dynasty (Korea), Celestial Mechanics and Dynamical Astronomy 69: 199-220, 1998, Kluwer Academic Publishers. Printed in the Netherlands. 이 논문은 발표 후 봅 코브르(Bob Kobres, University of Geogia Libraries)의 요청으로 그가 운영하는 외계물체 관련 자료 및 논문 전용 홈페이지(http://defendgaia.org/bobk/)에도 실렸다. 제4장 끝에 ‘화재(fires)’를 추가하였다.(http://defendgaia.org/bobk/korea/kmeteoro.html)
  10. Natural Catastrophes During Bronze Age Civilization: Archaeological, geological, astronomical and cultural perspectives, BAR International Series 728, 1998, Oxford.
  11. 이태진, 「울산 대곡리·천전리 암각화의 비밀: 소행성 지구충돌 후의 생태계 변화 담았다!」 『월간 조선』 2000년 12월호